먼저 간단한 예부터 들어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수정이는 리터니고 지영이는 리터니가 아닌데 둘 다 리터니 반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리터니란?
리터니 반은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반입니다. 리터니 아이들은 경험이나 영어능력에서 일반 아이들과 다르므로 교육방법도 다릅니다. 리터니 아이들은 일단 일상회화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본 문장을 연습시키기보다는 토론하기 위해 읽기, 쓰기에 더 치중을 하게 됩니다.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이 필요
일반 아이들은 각각의 수준에 맞춰 기본 표현부터 연습을 해야 제대로 실력을 쌓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반 아이들의 부모 중 일부는 리터니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 자기 아이의 영어실력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의 규칙을 무시하고 억지로 아이를 리터니 반에 넣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 순서에 맞는 학습이 필요
구구단을 먼저 익히지 않고서는 인수분해를 할 수 없는 논리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을 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지영이를 리터니 반에 넣은 지영이 어머니 역시 지영이가 수업이 좀 버겁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 반에 리터니 아이들이 많아서 지영이한테는 잘된 것 같아요. 잘하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니 언젠가는 늘겠죠?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부모도 있다
반면 수정이 어머니는 수정이가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자기네 반에 이상한 애들이 많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5년을 살다 온 애가 말레이시아에서 3년 살다 온 애랑 같이 공부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리터니도 아닌 애들이랑 섞여서 공부할 수가 있냐고 항의를 한다고도 합니다.
-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됨
결과는 어떨까요? 리터니 어머니들은 그런 아이들 때문에 내 아이 영어만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면서 하나둘씩 그 학원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무늬는 리터니 반인데 정작 리터니 아이는 한 두 명 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리터니가 아닌 아이들도 차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 부모 욕심이 최악의 결과를 만든다
이렇게 무늬만 리터니인 반을 가리켜 짝퉁 리터니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참 우습습니다. 얼마나 치욕스러운 말인가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안타깝게도 일반 아이들은 정작 구구단을 외울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부모의 자식 위하는 마음이냐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관점에서만 판단한 내 아이 위하는 마음은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문법공부는 꼭 해야만 하나?
문법 위주의 영어교육을 오랫동안 받은 우리도 외국인과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그것을 꼭 가르쳐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의식적으로 문법을 배우지 않았어도 우리말을 훌륭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영어를 일찍 시작하기만 하면 굳이 지루한 문법을 공부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영어문장을 습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문법구조는 학습이 필요함
주변을 둘러보면 간혹 실제로 그런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대로 그대로 문장을 흡수하는 언어감각을 타고난 아주 드문 아이들입니다. 천부적인 언어감각을 타고났거나 완벽한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는 1퍼센트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비영어권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문법구조를 터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에서 영어학습은 다르다
또한 영어의 바다에 사는 미국 체류자 자녀 및 조기 유학자녀의 상황과 영어의 연못조차 없는 한국 아이들의 상황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라면 교실 밖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익힐 수가 있습니다. 또래도 있고 주변 이웃들도 있습니다.
한국은 비영어권 국가임을 잊지 말자
하지만 한국은 영어에 노출된 기회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문법을 내재화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사용해봐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의 영어공부에서 문법은 피해 갈 수 없는 영역입니다.